'화장실'로 시작된 감정싸움, 건물주와 세입자 간 소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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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로 시작된 감정싸움, 건물주와 세입자 간 소송으로

법도강제집행센터 0 4882

사소하고 작은 불씨가 숲을 태운다. 송사(訟事)도 그렇다. 작은 감정의 골로 시작한 분쟁이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임대차 관련 소송인 ‘전세금 반환 청구 소송’이나 ‘명도 소송’도 예외는 아니다. 작은 분쟁을 잘 다스리지 못해 사태가 커져 필자를 찾아오는 의뢰인도 상당수다. 이들과 상담을 하고 느끼는 것은 ‘조금 일찍 찾아왔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다.

얼마 전 명도소송을 대리한 상가 건물주도 그랬다. 발단은 화장실 문제였다. 해당 건물의 화장실은 공용이다. 세입자는 “지저분하고 많은 사람이 함께 써 불편하다”며 자주 항의를 했다. 건물주는 이런 불만을 처음 받았지만 적당히 달래 돌려보내곤 했다. 세입자의 항의는 계속됐고 두 사람 사이 감정의 골은 서서히 깊어졌다. 세입자는 이후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건물 자체가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수리업자가 방문하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해결을 위해 건물주가 세입자를 찾아갔지만 오히려 말다툼으로 번졌고 급기야는 몸싸움으로 번져 서로 경찰에 고소하는 볼썽 사나운 모습까지 벌어졌다. 상황은 불처럼 번졌다. 더 이상 대화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세입자는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까지 제기했다. 피고가 된 건물주는 필자를 찾아왔다.

사건은 항소심까지 진행됐다. 1심에서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화장실이었고, 두 번째는 돌려줘야 할 보증금 규모에 대한 이견이었다. 화장실 문제는 그다지 어려운 변론이 아니었다. 증거 자료로 화장실 사진을 제출했고, 근처 다른 건물의 화장실이 건물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나갔다. 상식에 벗어날 만큼 불편한 화장실이 아니라는 변론이 주효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두 번째 쟁점인 보증금에 대한 이견이었다. 세입자는 “이미 6개월 전에 건물에서 나와 인도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입증 자료로 건물에서 물건을 옮긴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제출했다. 주장의 요지는 이미 부동산을 인도했으니 6개월 치 임대료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건물주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입자가 증거 사진을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상 문이 닫혀 있어 내부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사실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략이 필요했다. 상황 자체가 감정으로 시작돼 앞일을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세입자의 ‘보증금반환 청구소송’에 맞서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지 가려 일단 임대차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세입자가 계속해서 건물을 점유하고 있으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수 없어 더 상황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몇 개월 치 임대료를 못 받는 것은 고사하고 상황이 더 곤란해 질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명도소송에 대해선 건물주의, 보증금반환소송에 대해선 세입자의 손을 각각 들어줬다. 건물주는 6개월 치 임대료는 받을 수 없게 됐다. 일단 다른 사람에게 건물을 임대할 수 있어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한편으론 억울했다. 건물주는 즉시 항소를 결정했다.

항소심은 1심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오직 ‘6개월 치 임대료’ 쟁점만 집중하면 됐다. 건물주는 소송 기간에도 해당 부동산에서 전기와 가스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증거를 채집해 증거로 제출했다. 1심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중요한 증거를 추가로 수집할 수 있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건물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소송은 이렇게 끝났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에 생긴 화장실 논쟁. 시작은 사소했지만 법정 분쟁으로 비화된 사건은 1년의 시간을 끌면 쌍방에게 많은 출혈을 안겼다. 그 기간 당사자들이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사실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