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과 형법개정...‘비동의 간음죄’까지 나가야
지난달 16일 미투(Me Too)운동의 흐름에 보폭을 맞추는 형법이 개정됐다. 개정 전에는 권력형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었으나 이번 개정 이후부터는 이를 어렵게 함으로써 성범죄 근절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개정은 미투운동의 큰 틀을 형법이 이어갈 것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미투운동의 핵심은 공직사회, 문화예술계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직 내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 특히 여성들의 성범죄 피해사실 폭로에 있다. 가해자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지만 피해여성은 자신이 처한 열악한 위치로 인해 제대로 고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경우 형법상으로는 303조에 의하여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된다. 이번 2018년 10월16일 형법개정 이전에는 형량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형법의 문제점은 형량조절 이후에 있었다.
피해사실의 경중이나 가해자의 반성정도 등 기타 여건에 따라서 판사가 형을 절반정도 감경해 줄 수 있다. 감경이 될 경우 최종선고를 내리기 이전에 1차적으로 5년의 절반인 장기 2년 6개월로 작량감경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3년 이하의 형량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에만 선고가 가능한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해 진다. 형법 개정 이전에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으로 유죄의 형이 나올 경우에도 이런 집행유예 선고로 권력형 성범죄자는 형벌을 피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형법개정으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형량이 더욱 가중되었다. 기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조정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판사에 의해 형을 감경을 받을 경우 7년의 절반인 3년 6개월의 죄에 해당하게 되어 권력형 성범죄자가 집행유예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형의 실형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권력형 성범죄자의 중형선고는 국민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미투운동의 흐름을 타고 있는 우리 형법개정이 여기에 머물러도 좋은 단계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개정형법은 7년으로 형량을 높이며 솜방방이 처벌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권력형 성범죄의 형량뿐만이 아니라 강간죄를 바라보는 형법의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형법상 강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판례는 일관되게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충분한 보호를 위해 폭행·협박의 여부와 상관없는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이와 관련한 개정법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중에 있다.
이번 형법개정은 권력형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하는데 비중을 두고 개정되었다. 성범죄에 대한 미투운동 참여자들의 용기에 지속적으로 반응해 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폭행·협박 여부와 상관없이 고통받는 성범죄 피해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을 위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죄’까지 형법개정은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