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작년 명도소송 3만건 넘어…강제집행 무산 해법은
지난 10월 23일 노량진수산시장 명도소송 강제집행이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집행관실은 300여명의 집행인력과 100여명의 경호인력을 동원했으나 구 시장 상인 등 600여명의 거센 저항으로 결국 철수하면서 네 번째 강제집행이 무산됐다.
올해 시끄러웠던 서촌 본가궁중족발 사건에서는 12차례 명도소송 강제집행 시도가 무산됐다. 당시 사건으로 계약갱신과 점포임대료 문제로 갈등이 진행되면서 임차인이 임대인을 둔기로 폭행해 지난 9월 징역 2년6개월 실형선고를 받았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궁중족발 사장의 손가락이 부분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명도소송이란 법적으로 권리가 없는 임차인(세입자)에 대해 임대인(건물주)이 부동산을 비워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임차인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부동산을 임대인에게 넘겨줘야 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임대인은 명도소송 판결문으로 관할법원 집행관실에 강제집행을 신청한다. 국가의 강제적 권력으로 법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명도소송 강제집행’이라고 한다.
3일 법도 명도소송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소송 가운데 가장 많았던 소송은 명도소송으로 3만건이 넘었다. 또 법원의 명도소송 판결에 승복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강제집행절차에 강하게 저항하면서 발생하는 집행비용은 고스란히 임차인의 빚으로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대인의 강제집행 신청서를 접수한 집행관은 명도소송 판결문에 따라 집행을 실시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흔히 ‘노무비’ 라 부르는 집행인력 비용은 1명당 10만원에 육박한다. 또 임차인의 짐은 강제로 창고로 옮겨지는데 이 때 필요한 차량비용과 창고비용도 컨테이너 한 대당 110만원 정도다. 이에 인력을 20명만 동원해도 200만원에, 컨테이너 10대만 사용해도 1000만원이 넘어간다.
강제집행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원칙적으로 법을 어긴 임차인이 내야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비용을 내고 쫓겨나는 임차인은 거의 없다. 이에 임대인이 집행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집행완료 뒤 집행비용액확정신청을 통해 임차인에 대한 채권을 가지게 된다. 노량진수산시장과 궁중족발 사건처럼 임차인이 완강히 저항하는 경우 수차례에 걸친 집행비용은 결국 임차인의 빚으로 남게 된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강제집행 실무경험에 비춰보면 대립이 첨예한 경우는 무조건적인 법집행 보다 지혜가 필요하다”며 “협상테이블에서 임차인은 법적으로 이미 판결이 난 사안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 무산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결국 강제집행이 완료될 것을 알고 냉정하게 협상에 응해야 한다”며 “임대인도 임차인의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파악해 강제집행 실시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절충선을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