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변호사 칼럼] “유류분은 위헌이 아니며 ‘구하라 법’으로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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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변호사 칼럼] “유류분은 위헌이 아니며 ‘구하라 법’으로 보완해야”

법도강제집행센터 0 4625


[위클리오늘신문사] 지난 글에서 필자는 유류분 위헌 논란에 대해 ‘위헌은 아니기 때문에 폐지되어서는 안 되지만 단점 보완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구하라법’을 살펴보고 유류분 제도의 개선방안을 논한다.


‘구하라법’은 상속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은 상속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취지다. 20년 전 자식를 버리고 집을 나간 엄마가 자식이 사망했을 때 단지 서류상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국민 ‘법감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민법은 이 경우에도 상속을 받을 수 있는 게 문제다. 유류분반환청구도 할 수 있다. 민법 1004조는 상속인 결격사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단지 서류상 엄마라는 이유만으로도 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1004조가 정의한 결격사유에는 ‘가족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가족에게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제로 유언을 방해한 자’, ‘강제로 유언을 하게 한 자’, ‘유언서를 위조한 자’등만 정의되어 있을 뿐. ‘자식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는 정의되지 않았다. 때문에 20년 전에 자식을 버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서류상으로 엄마이기만 하면 상속권한이 있는 것이 현행 민법이다.


유류분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더한 일도 만난다. 자식을 버리고 도망갈 뿐만 아니라 해를 입히는 사례도 있다. 딸을 성폭행한 아빠 등 자식에게 해를 입혀 누가보아도 부모라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단지 서류상 부모라는 이유로 상속을 받는다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하는 사례도 있다. 상속인은 유류분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현행 민법인데, 서류상 상속인의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했다 하더라도 유류분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민법에 유류분 관련조문인 ‘1112조’부터 ‘1118조’까지 는 상속관련 조문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유류분청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상속인’ 이라는 설명이다. 제1112조는 ‘유류분 권리자’와 ‘권리자가 받는 금액’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은 그 법정상속지분의 2분의1

2.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3.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4.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보는 바와 같이 유류분 권리자는 ‘직계비속(자녀)’, ‘배우자(부부)’, ‘직계존속(부모)’, ‘형제자매(형제)’ 임을 알 수 있다. 즉, 유류분권리자는 ‘상속인’ 이라는 설명이다. 각 상속인별로 유류분을 받을 금액도 ‘법정상속지분의 몇분의 몇’ 으로 규정하면서 유류분계산과 산정방법에는 ‘상속’이 중요함을 규정하고 있다.


20년 전 자식을 버리고 떠난 엄마까지 단지 서류상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인이 되고, 상속인이기 때문에 유류분도 청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류분 보다 큰 개념인 상속 관련법을 손보아야 한다. 그래야 유류분제도가 국민 ‘법감정’에 맞게 온전해진다. 상속결격사유를 규정하는 민법 1004조에 자식을 버리고 떠난 엄마도 상속결격사유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른바 ‘구하라법’이 이를 규정하는 민법개정안인데, 20대 국회에서 민법 1004조에 아래 내용을 포함시켜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안타깝게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난 지금 이 법은 자동폐기 되었다. 이제 구하라법은 21대 국회의 숙제로 남겨지게 되었다. 21대 국회는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 국민 ‘법감정’을 생각하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발의가 가능한 일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구하라법은 상속결격사유로 부모가 자식을 버린 경우에 초점이 맞추어 졌으나 21대 국회는 ‘자식의 의무’, ‘형제의 의무’, ‘배우자의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사람까지 모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즉, 상속인의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사람이 단지 서류상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류분 반환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류분은 사회구성의 최소단위인 가족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다. 국민 ‘법감정’상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한 사람이 단지 서류상 가족이라는 이유로 유류분을 받는다면 이는 최소한의 가족의 안정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정에 해를 입히는 꼴이된다. 민법 1004조의 상속결격사유를 현재보다 폭넓게 해석하여 정상적인 가정이 정상적인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개선해 가야 한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21대 국회의 몫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배우자이며, 또 누군가의 형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