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변호사 칼럼] “유류분 제도는 위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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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변호사 칼럼] “유류분 제도는 위헌이 아니다”

법도강제집행센터 0 4360

[위클리오늘신문사] 최근 ‘유류분’ 제도에 대해 현직 부장판사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유류분제도가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유류분 위헌 주장에 반대한다. 실(失)보다 득(得)이 많이 때문에 폐지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점은 보완되어야 한다고 본다.

‘유류분’이란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지분을 확보해 주는 제도다.

단순한 예로, 1억 원의 재산을 남기고 두 아들의 아버지가 사망할 때 “큰 아들에게만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고 유언하고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도 작은아들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인 2천 5백만 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현행 상속 유류분 제도다.

사회구성의 최소단위인 ‘가족’을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법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유류분은 원래 받아야 하는 상속금액의 절반만 보장한다. 자신의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되기 때문에 최소한만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직 부장판사는 “유류분제도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 된다’고 규정한 헌법 제23조에 위배 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국민 개개인이 소유한 재산을 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든지 원칙적으로 자유”라며 “민법에 정해진 유류분제도는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자유’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자유’만 중요하다 말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원래 살고 있던 땅주인들은 개인의 자유와 상관없이 땅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 아파트가 건설될 때도 마찬가지다.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토지수용 때문에 땅을 팔고 이사 가야 한다. 공공의 이익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다.

이외에도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소유권을 일부 제한한다. 이웃집에서 큰길로 나가는 길이 내 땅 밖에 없다면 주위토지통행권에 의해 내 땅 소유권은 제한된다. 이 경우 내 땅이라 하여 길을 막으면 안 된다는 것이 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자유제한은 최소한만 제한 될 뿐 전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토지수용의 경우는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자유는 공공의 이익 때문에 제한되지만 대신 타당한 금전보상을 해준다. 주위토지통행권의 경우는 타인의 중요한 권리를 위해 내 땅을 막을 자유만 제한 될 뿐 소유권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유류분도 마찬가지다. 재산을 처분할 개인의 자유가 일부 제한된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이 제한 때문에 사회구성의 최소단위인 가족의 생계가 보호되고, 가족 구성원간의 공평과 형평성이 보장된다. 이는 공공을 위한 커다란 이익이다. 가족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회가 안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에 유류분은 1977년 신설되었다. 자기 재산을 유언으로 처분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상속인의 생계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 증여 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일정 비율은 상속인을 위하여 남겨두도록 한 것이 이 법의 취지다.

계산하는 유류분 산정방법이나 소멸시효 기간, 유류분 권리자의 상속순위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개인의 자유제한 측면에서는 자기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모두 제한 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일부분만 제한했다. 이를 두고 마치 모든 자유가 침해되는 것처럼 유류분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온당치 못하다.

필자는 유류분반환 청구소송을 전문으로 다룬 변호사로 실제로 분쟁사건을 진행해본 경험이 많다. 필자가 운영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 통계에 따르면 재산을 탐내어 유류분청구소송을 진행하려는 사례보다 수증자를 응징하거나, 남아있는 배우자(상속인들의 모친 혹은 부친)의 부양을 위한 목적으로 유류분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법의 취지를 벗어나는 경우보다 취지에 맞는 소송이 더 많았다는 말이다.

수년 전에도 유류분에 대한 위헌제청이 있었다. 이 때 헌재(헌법재판소)는 ‘유류분제도는 생전의 피상속인(아버지)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헌재 2013. 12. 26. 2012헌바467, 공보 제207호, 126 [합헌]

「유류분제도는 생전의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지는 않으며, 공동상속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만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그 가액을 가산하도록 하고 있고, 유류분의 범위도 법정상속분의 일부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공동상속인 간에 똑같은 유류분을 보장함으로써 불합리한 점이 발생할 수 있는 특별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여분제도나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적절히 적용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는 등 현행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와 수증자의 재산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유류분제도에 기초한 이 사건 가산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판례를 대략 요약하자면, “개인의 자유는 최소한만 제한되므로 유류분은 합헌이다”는 결론이다.

필자는 이 결정에 동의하며 유류분제도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현재 유류분제도의 맹점도 있다. 자식을 돌보지 않고 자녀들이 어릴 때 집을 나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엄마가 단지 서류상에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유류분을 주장하며 상속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맹점은 법을 개정하여 바로잡아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최근 화두가 되는 ‘구하라법’(구하라의 친오빠가 제기한 故구하라의 어머니를 상대로 한 상속분할청구소송에서 문제 삼은 상속인 결격사유를 확대하려는 입법안) 관련하여 유류분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