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건물 안 비워 골치 아프다면?
엄정숙 변호사 서울에 한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 김 모 씨는 속상하다. 얼마 전 이 건물의 한 세입자가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는데도 집을 비워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송을 하자니 들어가는 소송비용 하며,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들어가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현행 법률은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났다 하더라도 임대인이 강제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다. 임차인을 강제로 내보내기 위해 임차인의 주거지에 들어가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강제로 임차인의 물건을 꺼내려고 하다가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현행 법률을 잘 알고,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미리 방지할 지혜가 필요하다.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때 '제소 전 화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제소 전 화해' 제도란 서로 간에 다툼이 있기 전에 미리 합의한 사항을 법원의 판사 앞에서 확인받아 두어 '제소 전 화해 조서'를 성립시켜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임차인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건물을 비워주지 않을 경우'제소 전 화해 조서'로 강제집행을 바로 진행해 임대인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하는 비용이나 기간은 상대적으로 아주 짧기 때문에 임대인들의 활용 빈도가 늘어가는 추세다. 현행 법에 어긋나면 제소 전 화해 인정 안돼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제소 전 화해 조서'를 허술하게 작성해 두면 그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 작성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 기간이 지나 임차인이 건물을 비워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는 '제소 전 화해 조서'를 가지고 집행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집행은 '제소 전 화해 조서'에 작성된 조항을 토대로 하게 되는데, 이때 불명확한 조항으로는 집행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주의해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 필자의 법률사무실을 통해 제소 전 화해 신청을 하는 사건은 제소 전 화해 신청서를 작성 하고 나서 약 한 달에서 두 달 이내에 화해조서가 나온다. 그런데, 이 화해조서가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연체가 누적되어 소송을 진행해야 할 사건이 다수 있다. 이러한 임대인들은 화해조서를 통해 소송 없이도 바로 집행을 할 수 있게 되어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쉰다. 물론 법원을 통해 진행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기나긴 소송 기간이 생략된다는 점은 분명 장점일 것이다. 한편, 제소 전 화해는 양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법원이 화해를 성립시키는 것은 아니다. 화해 내용에 불법적 사항이 포함된 것이 법원에 의해 발견되면, 법원으로서는 적법한 내용으로 변경하거나 불법 내용을 삭제할 것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임차인의 차임 연체 1회만으로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현행 법률 상 임차인의 차임 연체는 2회 이상일 때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 따라서 아무리 쌍방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제소 전 화해'라 할지라도 1회 연체만으로 해지 사유가 되도록 정하면불법적 내용이 되기 때문에 법원은 해당 제소 전 화해를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다. 주의사항을 잘 지켜 제소 전 화해 조서를 성립시켜 두면, 사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임대인의 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을 별도로 제기하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속 썩이는 임차인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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