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OO부동산 이용하지 맙시다’ 짧은 글 올린 집주인,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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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OO부동산 이용하지 맙시다’ 짧은 글 올린 집주인,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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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충분히 가능”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2월 21일부로 시행
집주인·공인중개사들의 ‘담합행위 금지’
“인터넷 글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어” 주의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평소 한 부동산업자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집주인 A씨. 그는 홧김에 인터넷 카페에 게시글을 올리면서 해당 부동산업자가 운영하는 사업장을 거론했다. 그는 ‘OO부동산은 이용하지 맙시다’라는 취지의 짧은 글을 남겼다. 그런데 A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검찰로 넘겨졌다. 그에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부동산 거래를 하는 집주인이라면 A씨와 같이 행동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A씨와 같이 처벌을 받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올해 2월부터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이 시행되면서부터라는데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인 이야길 들어봤다.

엄 변호사에 따르면 부동산담합 관련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1일부로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마련했고, 정부는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출범시켜 지난달 21일 집값담합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의심되는 집값담합 행위 166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해 범죄혐의가 확인된 11건을 형사입건하고 검찰 송치했다. 100건은 내사진행중이고 55건은 무혐의 종결했다.

이번에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은 크게 네 가지 큰 주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집값담합 금지’, 두 번째는 ‘신고센터설치’, 세 번째는 ‘인터넷 허위광고’, 네 번째는 ‘허위광고 모니터링’이다.

이 가운데 ‘집값담합 금지’와 ‘신고센터설치’에 관한 법은 지난 2월 21일부터 시행됐고, ‘인터넷 허위광고’와 ‘모니터링’ 관련법은 오는 8월 21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이번 공인중개사법 개정의 담합금지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공인중개사들이 하는 담합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두 번째는 집주인들이 하는 담합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하는 담합행위는 5가지로 나눤다. 여기서 A씨의 사례도 살펴볼 수 있다.

엄 변호사는 “특정 중개사에 대한 중개의뢰를 제한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를 하면 불법”이라며 “예를 들면 인터넷 카페에 ‘XX부동산 이용하지 맙시다’라는 취지로 글을 올리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동산을 시세보다 비싸게 중개하는 특정 중개사에게만 중개의뢰를 유도하는 행위를 하면 불법”이라며 “예를 들면 인터넷 카페 등에 ‘XX부동산은 비싸게 팔아주니 그곳에만 의뢰합시다’라는 취지로 글을 올리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그는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공인중개사가 정당하게 올린 매물의 광고를 방해하는 행위, 공인중개사에게 시세보다 높게 광고하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인터넷 카페나 현수막 등에 ‘X억 이하로 내놓지 맙시다’라는 취지로 글을 올린 경우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우리 아파트 매물을 그 가격에 올리면 어떡해요’라며 공인중개사의 광고를 방해하는 경우 ▲‘우리 아파트는 X억 이상으로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거 아시죠?’라며 공인중개사에게 강요하는 경우 등을 꼽았다.

엄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공인중개사들의 불법행위는 두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며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꾸미는 등 중개대상물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 공인중개사가 단체를 구성해 외부 공인중개사와의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했다.

그 예로 ▲공인중개사가 ‘비싸게 거래된 것처럼 꾸며드리겠습니다’라며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공인중개사 단체에서 ‘저 공인중개사는 우리 단체의 말을 안 들으니 거래하지 맙시다’라고 할 경우 등이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해 개정 이전에는 처벌근거가 없었다고 엄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담합에 대한 규제는 있었지만, 아파트담합 같은 개인들의 부동산담합행위에 대해선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며 “이에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게시판, 현수막 등에 공공연하게 집값담합 행위가 성행했고, 온라인 카페에서도 활발하게 집값담합을 부추기는 글들이 난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 변호사는 “처벌할 근거가 없어서 관련법 마련이 시급했는데, 이번에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면서 처벌근거가 마련됐다”며 “아파트 등의 집값 담합행위를 하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은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설치 근거도 마련했다. 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고센터 업무를 특정기관에 위탁하도록 했으며, 현재 한국감정원이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신고는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 홈페이지(www.cleanbudongsan.go.kr)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