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단전·단수’, 합법일까
수협과 구(舊)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4차에 걸친 명도소송 강제집행 절차를진행했지만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결국 지난 5일 구시장의 전기와 수도를 끊는 조치까지 취했다.
이를 두고 수협과 상인들은 단전·단수 조치에 대한 합법성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상인들은 일방적인 단전·단수 조치가 ‘업무방해죄’라는 입장이다.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명도소송 판결 불이행에 대한 ‘정당방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협의 단전·단수 조치는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4차에 걸친 명도소송 강제집행이 구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내려진 조치다. 구시장 상인들은 이번 조치는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불법성이 인정 될 경우 수협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지난 8월에 이미 대법원의 명도소송 확정판결은 구시장 상인들이 수협에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며 “이번 단전·단수 조치는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라고 판단하기보다 제20조의 ‘정당행위’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명도소송이란 권리가 없는 세입자을 대상으로 부동산을 비워달라는 취지로 건물주인이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형법 제314조는 업무방해죄에 대한 규정으로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제20조는 정당행위에 대한규정으로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수협의 이번 단전·단수 조치는 합법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주세훈 법도 명도소송센터 사무장은 “상가명도소송 강제집행 현장에서 실무를 하다보면 단전·단수 조치는 형법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추진한다”며 “이런 경우는 대부분 협상으로 마무리 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계획에 따라 신시장을 건설하고 2016년 3월에 구시장 상인들을 입주시켰다. 대다수 상인들은 입주완료 했지만 250여 상인은 ‘기존 시장보다 공간이 좁고 임대료도 비싸다’는 이유로 입주하지 않고 구시장에 남아 장사를 이어갔다.
이에 수협은 명도소송을 냈고 1심 승소판결을 받았다. 구시장 상인들의 거듭된 항소에도 올해 8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상인들은 수협에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확정시켰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구시장 상인들이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자 수협은 지난달 23일까지 4차례에 걸친 명도소송 강제집행을 실시했다. 하지만 생존권을 주장하는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강제집행은 모두 무산됐다. 이에 수협측은 명도집행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단전·단수 라는 강력한 조치를 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