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상가임대차법의 역설
계약기간 5년→10년 늘리자
임대인 월세 대폭 올리거나
점포 비워달라고 잇단 요구
목 좋은 상가에 세입자 몰려
임대인간 양극화 우려도
계약기간 5년→10년 늘리자
임대인 월세 대폭 올리거나
점포 비워달라고 잇단 요구
목 좋은 상가에 세입자 몰려
임대인간 양극화 우려도
임대료 급등으로 거리에 내몰리는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자영업자들에게 무거운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새 법은 건물에 입주한 임차인이 세를 주는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법이 시행되면서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리거나 기존 임차인과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아 장사를 접어야 하는 등 오히려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는 과도기적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서 7년간 미용실을 운영해 온 복 모씨(54)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건물주가 갑작스레 보증금을 1000만원 올리고 기존 110만원이었던 월세를 150만원으로 올려서 계약을 새로 하자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36%나 오른 셈이다. 복씨는 임대인에게 "갑자기 월세를 높이면 인건비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사정했지만 "그러면 가게를 비워 달라"는 답만 돌아왔다.
관련 법상 임대료는 연간 5%만 올릴 수 있고 새 법에 따르면 10년간 계약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따라 건물주들이 계약 갱신 시점에 임대료를 대폭 올려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계약기간이 길어지며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임대료를 올려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A씨는 "시설 투자를 많이 한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인이 제시하는 높은 임대료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고 결국 세입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임대인이 제시한 조건을 맞추지 못해 가게를 비울 수밖에 없는 임차인도 속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기존 계약자는 임대인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개정된 법이 소상공인을 보호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를 입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장기적으로 상가 건물 자체의 공급을 줄여 결국 소상공인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임대인의 투자 수익이 나지 않아 상가 공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에 악영향을 미쳐 사회 전체적으로 효용이 줄어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예견될 수 있었음에도 대책 마련에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상중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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